초소 이야기(초소 일지)

초소이야기 1(길 끝나는 곳 최동북단 GOP)

Sam1212 2020. 3. 7. 18:17

 

최 동북단

 

광주 보병학교에서 동경사(동해안 경비사령부) 부대 배치를 받고  기분이 조금  들떠 있었다. 수료식을 몇 일 앞두고  한 선배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육군에서 가장 좋은 부대가 동경사라 말했기 때문이다.  해안 초소장을 맡으면 어선을 통제하기 때문에  어민들의 대접을 받고 근무 한다 말했다. 수영팬티와 썬그라스를 꼭 준비해가라 했다. 군용 열차를 타고 태백산맥을 넘어서 창밖으로 난생처음 바라본 푸른 동해 바다 때문에  속초 사령부에 도착해서 까지 약간의 흥분이 가라 앉지 않은 상태였다.

 

사령부에서 88여단으로 부대배치를 받고 꿈이 산산 조각나버렸다. 88여단은 해안 초소가 아닌 내륙의  철책선을 맡는 부대라했다. 간성의 여단 본부에서 나와 동기생( 정용성,외대) 두 명은 철책선에 투입된 1대대로 발령받았다. 군용버스라 불리는 트럭을 타고 먼지 날리는 비포장 도로가 끝날 때까지 북으로 달려 대대 본부(현 통일전망대)에 도착했다. 우리 두명이 트럭에서 내리니  벌써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대대장에게 신고를 마치고 나오니 칠흑같은 밤이다. 동기생 정용성은 대대본부와 함께 하는 중화기중대에 배치되어 나와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내가 배치받은 2중대는 본부에서  3Km 떨어진 까치봉이라한다.  나를 부임지 초소로 안내하는 대위는 여단 교육장교다 . 체격이 우람한 그는 나를 데리고 해변으로 내려와  풀밭을 앞장서 걸어가며 발밑에 지뢰가 있을  수 도 있으니 자기 발자욱만 밟으며 조심해  따라오라며 은근히 겁을 주었다. 캄캄한 해안엔 북한측과 아군의 서치라이트가 휘휘 바다를 휘젓고있다.  낮에 차량을 이용하면 보급로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나 야간에 순찰로를 따라 걸어가려면 4시간 정도 걸린다며  나를 첫번째 초소에 인계하고 돌아갔다.순찰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에 몇몇 선배들이 나와서 내 부임을 축하해주었다. 우리 신참 부임이 곳 그들의 전역이기 때문이다.  내가 철책선 순찰로를 따라 배치받은 초소(2중대2소대)에 도착하니 자정이 다되었다.

 

나는  결국 우리 동기생 2800명 중에서 휴전선 제알 북쪽 철책선 부대에 배치 받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