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 이야기(초소 일지)

초소 이야기 27 (파견 근무)

Sam1212 2021. 5. 8. 10:44

초소 이야기 27  (파견 근무)

군에서도 파견 근무라는 직무가 있다. 파견이란 개인이나 조직이 본대에서 떨어진 특정 지역에 나가 독립적인 생활이나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GOP 부대의 중 소대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예비대 생활을 하면서 소대가 파견 근무를 명받았다. 소대의 2개 분대를 차출해 간성 비행장과 오호리 탄약고 경비 임무를 맡았다. 대대의 많은 소대 중에서 우리 소대를 차출한 것은 우리 소대가 전투력과 기강이 서있다고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소대장 입장에서 보면 대원의 주둔지가 3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지휘 통솔에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본대에서 떨어진 파견근무는 상급자의 눈에서 벗어나기에 파견대원들 입장에선 간섭이나 규제를 덜 받고 생활이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지휘자자 입장은 시야에서 벗어나 기강 해이에 따른 문제 발생의 위험성이 높다.

 

간성 들판에 전시 비상 활주로가 있다. 군 복무 중 비행기가 뜨거나 비상 착륙하는 모습을 본적은 없다. 마을 앞 들판 가운데에 만들어져 있고 활주로 외는 다른 건축물도 없다. 이곳은 대대 주둔지인 교동과도 가깝다. 인근 대대리 검문소에 헌병대가 파견 나와 있고 대대 주둔지와 가까워 파견 근무자들의 군기 이탈 행위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호리 탄약고는 중대 주둔지 교동에서 10km 정도 후방에 위치하고 민간인 마을과 인접해 있다. 초소 옆으로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1km정도 걸어 들어가면 태백산 줄기에 인정리라는 제법 큰 산골 마을이 나온다.

솔밭 속 작은 동산 아래 지하 탄약고가 있다. 전시 전투용 물자인 탄약과 포탄 상자들이 비축된 시설이다. 지상에는 탄약고를 경비하는 분대 규모의 인원이 생활 할 수 있는 막사와 취사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처음 방문해 파견 대원 8명을 배치하고 주변 지역을 둘러보니 해수욕장과 송지호가 근접해 있어 군 휴양소처럼 보였다.

 

7번 국도와 근접한 오호리 파견 분대는 대대 본부와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 소대장이 순찰 나가 근무 상태를 점검하기 전에는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는 격고지 파견대였다. 소대장인 나도 처음에 한두 번 방문해 격려 겸 근무 자세를 교육하고 돌아 왔지만 너무 멀어 자주 순찰 나가기 힘들었다. 순찰 점검 한 번 가려면 간성 읍내까지 나가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분대를 파견을 내보내고 2개월 쯤 지나서 여름에 불시에 순찰을 나갔다.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분대장을 맡고 있는 신한기(하사/부산)의 유한 성격이 문제였다. 분대의  고참병 정삼채(병장/경북 청도)의 얼마 남지 않은 전역을 축하해준다며 술과 음식을 반입 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안초소에 암구호를 수령한다는 구실로 해수욕장 까지 나가고 동네에 있는 식당과 주점에도 수시로 방문해 술과 음식을 반입한 내역도 확인했다. 초소 아래 송지호에 내려가 백조와 오리도 사냥 했음을 알아냈다.

 

군의 사고의 발단은 언제나 술에서 시작해 여자 문제로 얽히면서 터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대로 방치해선 큰 사고가 터질게 뻔해보였다. 분대장과 고참 몇 명에게 단단히 기합을 주었다. 그대로 올라가면 다시 기강이 흐트러질 것 같아 당분간 숙식을 함께하며 군기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원들과 함께 자고 일어나 아침 구보부터 실시했다 초소 위 동네 인정리 까지 구보로 돌아오는 코스다. 매일 아침 내가 인솔하면서 군가 까지 부르며 마을 앞을 통과하니 마을 사람들이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초소 정문 근무자는 야간에 규정대로 근무를 선다며 밤 늦게 마을로 귀가하는 주민들이 초소 앞을 통과 할 때 마다 수하(손들어, 뒤로돌아)를 해댔다. 마을 사람들이 놀라고 당황했다. 마을로 들어가는 주민들에게는 수하를 하지 못하게 지시했다.

 

몇일 동안 함께 생활하니 파견 분대의 기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초소 아래 있는 송지호에는 많은 새들이 날아온다. 백조라 불리는 커다란 고니는 보호 철새로 사냥이 금지되어 있다. 대원 한명을 데리고 꿩 사냥을 나갔다. 꿩의 습성은 마을이 근접한 야산에서 서식한다. 인정리 앞 야산에서 꿩을 찾아보았지만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을 앞 논둑에 앉은 장끼 한 마리를 발견했다.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고 조금 먼 거리에서 조준해 방아쇠를 당겼다. 첫발에 못 맞추고 2번 째 탄을 조준할 때 날아갔다. 두 번째 탄을 못 쏜 이유는 총소리가 산 계곡에 크게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조용한 산골 마을의 적막이 총성에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지난 일이지만 인정리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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