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 이야기(초소 일지)

초소 이야기 30(급수장과 권투선수)

Sam1212 2021. 6. 11. 10:45

근무했던 GOP초소 2곳은 식수로 사용하는 급수장이 초소에서 200미터 쯤 떨어저 있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수도 시설이 없었기에 급수장은  물이 나올 만한 계곡에 샘을 파서 물이 고이게 만들고 주변에 야생 동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둘러친 시설이다. 보통 취사병이나 초임병들이 물지개를 이용 물을 길어다 사용했다. 우리 초소는 그리 높지 않은 고지에 위치해 급수장 이용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초소에서 물은 단지 식수만으로 사용하기에 물 길어오는 일이 큰 부담은 안된다. 대원들의 세탁이나 세면은 통상 개울이나 계곡물을 사용한다. 고지대에 위치한 초소나 DMZ안의 GP초소는 식수를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다. 식수의 안전성 확보도 중요하다. 저지대에서 안전한 식수를 확보해 도르레를 사용해 고지대 초소 까지 끌어 올리는 초소도 있었다.

 

소대에 신병(이성백/서울) 한 명이 들어왔다. 키도 크고 어깨가 딱 벌어지고 신체 좋은 운동선수 모습이다. 소대장실로 불러서  면담을 해보니 권투 선수 출신이다. 신병은 푸로 선수로 시합 1전을 치른 경력도 있으며 군 복무 중에도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군인 권투선수로 매스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푸로 선수들이 꽤 있었다. 신병에게 말해주었다. 우리 소대는 육군 최전방 말단 소대다. 운동을 하고 싶으면 수도경비사령부나 최소한 사단 사령부에 배치 받았어야 한다. 다른 대원들과 동일하게 임무 수행을 하게될거라고 말해 헛된 생각을 접도록 이해 시켰다. 그러나 본인이 틈을 내어 체력 단련을 하는일은 자유고 권장한다고 말해줬다.  한 번은 집에서 운동하던 기구를 가져와도 되는지 물어와 좋다고 승락을 해주었다. 얼마 자나서 이성백의 부친이 면회 왔다는 전갈을 받고 산에서 내려보냈다. 부친 면회 후 가지고 들어온 물건들을 확인해보니 운동 할 때 입었던 운동복과 권투 슈즈로 전방에서 혼자 체력 단련하는 데 별 필요 없는 물건들 이었다.  얼마 후 한 고참 병사가 말해 주었다. 성백이가 물 길어 오는 일을 하면서 급수장에 내려가  오함마 (작업용 큰 망치)로 내려치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보고였다.

 

예비대 생활시 추운 겨울 날 주번사관을 하면서 난로 앞으로 이성백을 불러 권투 시범을 한번 보여달라했다. 그가 새도우 복싱을 보여주었다. 역시 권투선수 다운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이성백은 소대에서 근무하는 동안 특별히 눈에 띄는 일이나 행동은 없었다. 그가 제대 후 다른 대원들과도 교류가 없었던 것 같고 권투 선수 생활을 지속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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