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북한산 둘레길

'북한산둘레길' 완주(송추마을길)

Sam1212 2011. 11. 10. 11:01

 

 

'북한산둘레길'을 완주하다.

오늘은 북한산 둘레길 걷기 마지막 날이다. 아내와 함께 회룡역에 내렸을 때는 12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떡집이 눈에들어와 들러서 간식거리로 한 접시 사서 배낭에 넣었다.

 

 오늘은 마지막 한 구간만 걸으면 북한산 둘레길 전 구간을 완주하게 된다. 그러나 세구간을 걸어야한다.  아내는 지난번 내가 친구와 함께 걸은 두 구간을 빼먹으면 전 구간 완주라는 기록에 흠집이 생긴다기에 지난번 돌았던 구간을 다시 한 번 같이 걷기로 했다.

 

산길에 들어가면 점심을 해결할 곳이 없어  점심을 먹고 산에 오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칼국수 집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마침 부대찌개집이 눈에 들어와 들어갔다..

 

의정부부대찌개, 정말로 오랜만에 의정부 본토에 와서  오리지널 부대찌개를 맛보게 되었다. 우리 음식 중에서 태생 설화는 그리 자랑스럽지 못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음식문화를 가장 잘 표현하면서 많은 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음식이 부대찌개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80.90년대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쩌다 의정부에 넘어 오게 되면 부대찌개 식당을 찾곤 했었다. 당시에는 한 골목에 부대찌개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몰려있었다. 지금도 그 부대찌개 골목이 성업 중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가 들린 식당은 고가구와 목기로 실내장식을 하여 손님들에게 제법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라면을 넣어서 끓인 그 맛은 오래전에 저장된 내 추억의 미각을 충분히 되살리게 하였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인상 좋은 주인에게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하고 오래하셨느냐고 물어보았다. 송추에서 15년간 하다 의정부 시내로 나왔다한다.

 

 

2주 만에 다시 사패산 전망대에 올라보니 푸르던 사패산 능선도 갈색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오늘은 출발이 지난번보다 1시간정도 늦었는데 3개 코스를 걸어야한다. 전망대에서 10분정도 쉬고, 휴식 없이 송추마을길에 내려오니 벌써 4시가 넘어선다.

 

70,80년대의 송추 일영은 서울사는 사람들이 교외선 기차를 타고 야유회 가던 최고의 유원지였다. 당시엔  승용차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때라 교외선 기차에 오르면 먹을거리를 쌓아들고 통기타를 메고 있는 젊은이들로 열차 칸이 넘쳐났다.

 

 지난번 송추역 버스승강장에 붙어있는 광고를 보니 송추에 오랜 동안 교외선 열차 노선이 폐선 되었는데 다시 운행하게 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큰길에서 유원지 방향으로 들어가는 둘레길 입구엔 술집과 식당들이 몰려있다. 보아하니 옛날의 영화는 사라지고 빛바랜 간판들 뿐이다.  아직 새로운 손님을 맞기엔 왠지 초라해 보이는 을씨년스런 모습이다.

 

유원지 초입 머리위로 현대식 철 구조물인 거대한 고가도로가 가로질러 지나간다. 이 고가도로를 새로 내면서 폐허로 만들어버린 그 옛날 화려했던 유원지의 잔해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 때는 수영복 차림의 젊은이들로 넘쳐났을 커다란 야외수영장도 보인다. 어린이 놀이터와 파 헤쳐진 둑 위에 듬성듬성 서있는 커다란 정원수들이  터키 아나톨리아지방에 폐허로 남은 로마 유적지를 보는 느낌이다.

 

송추 유원지 가운데를 흐르는 계곡물 좌우엔 아직도 옛 영화에 기대어 생계를 이어가는 음식점들이 줄지어 들어서있다. 부자 망해도 3대는 간다는데, 아직도 북한산 뒷자락 울창한 수림과 맑은 계곡물에 기대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발길을 서둘렀다. 벌써 가을 해는 산위 한 뼘 높이에 걸려 긴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봉 탐방지원센터를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마을을 벗어나니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 등산로에서 벗어난 둘레길 코스는 우리 부부 외는 보이는 사람이 없다.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산언덕위에 하얗게 피어난 억새꽃이 석양에 역광을 맞아 너무 아름답다. 그냥 지나치기가 너무나 아쉬워 카메라에 담고 스케치를 하느라 짧은 저녁 해를 또 조금 까먹었다.

 

 

드디어 산길로 접어들었다.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숲속엔 문명의 소음은 벌써 사라져 버리고 새 소리 바람 소리마저 그쳐 정적만이 흐른다. 조용한 숲길위엔 가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뚫고 들어와 낙엽 쌓인 그늘 길을 하얗게 비춘다.

 

능선 위에 올라서니 좌측에 군부대 철책이 보이고 높다란 망루위에 소총을 든 초병 두 명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모처럼 산 속에서 사람을 대하니 반가운 마음에 "야! 수고한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옆에서 아내가 겁먹고 팔을 잡아당긴다. 인적 없는 숲길 해떨어지는 시각에 느긋하게 걸어가니 좀 이상하게 보였을는지 도 모른다.

 

 

 

 

군부대 초소를 뒤로하고 내려오는 산길이 너무나 환상적이다. 몇 년 전에 미술관 벽에걸린 인상파 화가들의 숲속 풍경을 그린 작품이 떠올랐다. 검푸른 숲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아 연두 빛으로 반짝이는 풀잎들. 아내도 지금까지 걸었던 산길 중에서 최고로 정취 있는 길이라고 말을 한다.

 

기울어져가는 저녁 햇살이 울창한 나무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부딪히는 물체마다 오묘한 색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인상파 화가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변화에 감동을 느끼며 그 풍광을 화폭에 담아내었다. 지금 적막의 숲 속에서 가을 햇볕이 만들어내는 이 빛의 향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다 인상파 화가나 시인이 된 기분이 든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만물에 생명의 혼들이 하나하나 살아 숨 쉬고 생기로 넘쳐나고 있는 모습이다.숲속의 경치에 취해 카메라의 셔터를 장소를 바꾸어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눌러댔다.

 

 

산에서 내려와 큰길에 들어서니 산에서 본 군 부대의 담장 안이 사단 사령부 주둔지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직선 도로 몇 백 미터만 더 걸어가면 최종 종착지다. '교현교'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석양의 북한산과 오봉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사진과 그림으로 담았다.

 

 

 

최종 종착지인 우이령 입구에 섰다. 작년 11월에 출발했던 지점이다. 해는 이미 북한산 너머로 들어가 버렸다. 정차해있던 택시 기사에게 부탁해서 북한산 둘레길 안내판 앞에서 완주기념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아내와 둘이서 북한산 둘레길을 걷기 시작하여 남들이 4,5일이면 다돌아볼 길을 2년에 걸쳐 14회 만에 모든 구간을 완주 했다.

 

                                                                                                                       201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