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오늘의 생각

포성(연평도의 포성 )

Sam1212 2011. 11. 25. 18:15

 

포성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자랑거리는 아니다. 수영을 못 한다고 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불편을 겪지도 않는다. 그러나 수영을 해야만 할 특별한 상황과 마닥뜨리면 수영을 할 수 있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상황 대처 능력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된다.

 

만약 고무보트에 국가 대표 운동선수들을 태우고 강물 속으로 저어가서 보트를 흔들어댄다면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엄청난 공포감에 쌓이게 될 것이다. 실제로 강물의 깊이는 가슴 정도밖에 안된다고 말해도 그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달리기를 잘하고 태권도를 잘하고 축구를 잘해도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받는 긴장감과 공포감은 여전하다. 태연하게 보인다면 그가 국가 대표의 일류 운동선수라는 체면 때문에 의연하게 보이려 할 뿐이다.

 

 

내가 총을 처음 쏴보고 놀란 것은 총소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컷 다는 사실이다. 방아쇠를 당기자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오른쪽 뺌을 때리는 반동의 충격이 전해져왔다.

 

기관총 사격 시에는 총열을 달군 뜨거운 열기가 전해오며 탄피들이 쇳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올 때는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작은 소총 소리가 이정도니 대 구경 포를 처음 쏴보는 포병들이 겪는 느낌은 더 크리라 생각된다.

 

우리들이 만화나 영화에서 보고 듣는 '쾅' '타타타' '탕' 하는 포성이나 총성은 글자로 표현된 의성어이고 마이크로 흘러나오는 효과음일 뿐이다. 실제 상황에서 일어나는 폭발음은 엄청나다.

 

이런 공포의 총성이나 포성도 군대 생활 1.2년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져 사격장의 총성은 자장가소리로 들린다. 나는 군 생활 중 바다를 향해 기관총 사격을 여러 번 한 적이 있었는데 사격을 할 때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쾌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다.

 

한국 남성들에게서 군 경험이 특별나고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짧은 군 생활을 통해서 자신들도 모르게 많은 정보들이 입력되어진다. 그 중의 하나는 총성이나 포성에 대한 적응이다. 소총 탄알에 박힌 콩알 만 한 탄두가 한 생명의 죽음을 가져올 수 있고 한발의 포탄으로 수백 수천의 인명이 순식간에 날아간다는 사실을 게임이 아닌 실 경험을 통해 습득하게 된다.

 

전역을 할 즈음이되면 총성이나 포성 따위엔  익숙해져있어 공포감을 느끼거나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군 복무를 현역으로 마쳤다는 사실은 이런 경험을 해 보았다는 사실이다. 국민 개병제를 하고 있지 않는 나라의 사람들은 한국남성들의 이런 군대 경험을 때로는 두려움과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지난 23일 퇴근하여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내가 겁먹은 표정으로 "지금 연평도에서 전쟁이 났는데 알고 있어요?"라고 물어왔다.

 

" 전쟁은 무슨 전쟁?" 하고 반문하며 TV를 켰다. 검은 연기와 함께 불타는 연평도의 모습이 화면에 뜨고 아나운서가 흥분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 십 년 동안 북한과의 크고 작은 끔찍한 사건들을 겪어왔지만 이번은 상황이 좀 달라보였다.

 

 그러나 얼마 전 천안함 사건도 있었으니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충분한 대책을 강구해 놓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 이어서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가 있었다는 소식과 함께 대변인의 회의결과 발표가 전해졌다. 대통령께서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메시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나는 TV를 껐다. 저녁상을 준비하던 아내가 왜 TV를 껐냐며 소리쳤다. '확전방지'당연한 말씀이다. 어느 누가 전쟁을 좋아하겠는가? 국민 모두 전면 전쟁으로 확산되지 않기를 바란다. 피아 전력에 큰 차이가 없다면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도 공격받는 사람도 죽음의 공포는 동일하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된 힘을 결집시키는 정신 전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수 십대의 비행기나 수천대의 탱크보다 더 큰 전력이 될 수 있다.

 

                                                                                                                       2010 11.25 연평도 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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