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엽서화

산 뮤지엄(장주의 나비 꿈 체험)

Sam1212 2015. 4. 18. 10:23



장주의 나비방과 플라톤의 동굴방 

 원주 '오크밸리' 골프장 안에 '산 뮤지엄' 이란 근래 문을 연 박물관이 있다. 이곳에 가면 좀 독특한 분위기와 특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의 위치가 산속에 있어 대중이 쉽게 접근하기는 좀 불편하다. 그러나 자연 환경과 잘 어울린 건축물을 만나게 되면 감탄사가 나온다. 잘 알려진 일본 건축가 안도다다오의 작품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문화적 욕구도  높아진다.  많은예술 분야 중에서 미술 작품은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분야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미술품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레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게 되고  감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된다.


 이때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이 미술품 감상의 안목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장벽이 있으니 그것은 현대미술이다. 중세 고전에서 시작하여 인상주의화가들 작품까지는 즐겁고 신나게 감상의 재미를 끌고나온다. 그러나 뭉크 칸딘스키 몬드리안 피카소 같은 작가로 이어지면서 부터 작품이 알듯 말듯해지고 때로는 가슴 답답한 불편함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더 감상자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내는 이들이 있다. 현대 미술을 설명해주는 전문 비평가들이다.

제법 안목이 생겼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미술관을 찾는다. 그러나 이상하고 괴이한 현대미술 작품 앞에서면 어디가 아래고 어디가 위인지 동서남북을 못 찾아 방황하게 된다. 이때 번쩍이는 학위로 무장한 비평가가 나타나 친절한 설명을 해준다. 그들 세계에서 만 쓰는 전문 용어와 때로는 철학적 이론의 현란한 수사까지 구사해가며 감상자의 면전에 "너는 아직 이 작품을 이해할 만한 수준이 못 되"라고 오만한 미소를 보낸다. 이때 겉으론 이해하는 척 고개를 끄덕이지만 속으론 자존감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내상을 입게 된다.


 요즘의 현대 미술은 그 영역을 더욱 확장하여 설치미술 행위예술로 발전하였다.   예술부문과 과학 기술부문이 통합되어 전통적 학문의 영역을 구분 지을수 도없다. 일반 대중들이 이런 현대예술을 대하면 "예술은 사기다"란 말이 진실같이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곳 산뮤지엄에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독립 전시관이 있다. 현대미술의 이해를 겁내는 이들에게 이곳을 꼭 한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 역시 현대미술을 대할 때 마다 왠지 자신이 작아지고 초라해보이며 무력감을 맛본다. 때로는 비웃음을 자아내는 관람자의 한명이었으나 이곳을 관람하면서 현대예술이 보여주는 놀라운 체험을 했다.


 제임스 터렐 전시관에는 4개의 작품이 있다. 국내에서는 접해보기 어려운 설치미술이다. 작가는 빛과 색이 공간에서 어떤 환상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독립된 방(Room)으로 설계된 특정 공간에 빛과 색으로 변화를 연출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환상(Illusion)을 통하여 진실(Reality)을 의심해 보게 한다.


 인간은 시각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하여 사물을 형상화하고 관념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개념들이 뇌 속에 입력되어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이 인식의 틀에 따른 분별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 판단의 기준이 거짓이나 허상일 수도 있다는 가정을 했던 이들도 있었다.


 제임스 터렐은 예술가로서 빛과 색을 가지고 삼차원의 공간에서 이를 증명해 보이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4개 작품을 감상하면서 특별히 감동과 충격을 주었던 작품에 대해 관람자로서 우리 정서에 맞는 다른 작품명을 붙여 보았다.


플라톤의 동굴 방 (원제 Granzfeld)

 이 방에 들어가기 위해선 빛이 완전히 차단된 칠흑의 통로를 더듬거리며 통과해야한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비유한 동굴 속으로 들어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굴 속에 묶여서 벽면에 비친 그림자를 통해 바라본 형상이 진상이라 믿는 사람처럼 관람자들도 눈앞에 펼쳐진 상이 진상이라 믿고 접근하여 확인해보면 그것은 빛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평생 동굴 밖을 나가보지 않은 사람의 믿음처럼 만약 관람자들이 접근하여 촉감으로 확인하지 않고 방을 나왔다면 허상을 진상으로 알고 돌아갔을 것이다.


장주의 나비 방 (원제 Wedge work)

 관람자의 눈엔 분명이 푸른색 벽이다. 관람자는 벽을 통과해 작가가 만들어 놓은 공간으로 들어간다. 얼마 전 상영된 미래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을 실제로 체험하는 느낌이다. 장주가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는 꿈에서 깨어 꿈속의 나비가 장주인지 깨어난 장주가 나비인지 물아의 구별이 없는 만물일체 경지를 설명한다. 이 작품 공간에 들어온 관람자는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몽환적인 상태에서 관람자가 장주의 한 마리 나비가 되어 물아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경험을 해보는 기분이다. 

                                                                2015년 4월 14일 '산 갤러리'를 다녀와서






일본 걷기 친구의 답장 엽서그림

아래 그림 엽서는 내가 보내준 HP959 (제주도풍경)에 대한 답신으로 '오오츠 다케시'씨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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