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오늘의 생각

전우회 2019 하반기 모임

Sam1212 2019. 11. 11. 10:26

소대 기동 훈련 참가기


강필중 총장의 2019년 하반기 소대 전우회 기동훈련 공지가 단톡방에 떳다.

- 일정:11월 9~10(1박2일)

-집합시간:9일 15시

-장소: 무주 반디랜드 통나무집


가을 나들이 철이라 장소 잡기가 어려움이 있다고 전해들었다.

전우회 총무를 맏고있는 강필중 대원이 매번 모임을 준비하느라 수고가 많다.


나는 이번에도 고광동 대원  차에 합승해 이동했다. 고대원의 사업장이 요즘 대형 오더를 수주해 생산 현장에서 시간을 내기 힘들어 오후 1시30분이 되서야 사가정 역에서 합류 무주를 향해 출발했다. 주말이라 교통이 혼잡해 서울 경기권역을 벋어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대전을 지날 때 벌써 청주권 경남권 대원들의 도착 보고가 단톡방에 올라왔다. 


무주 인터첸지를 통과하여 설천면 계곡으로 들어서니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가을 정취가 환상적이다. 나는 평소에 우리 나라의 산천의 풍광이 스위스와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개발이 너무 졸속이고 환경 회손이 심하다. 산천 수려하다는 명승지를 방문할 때 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있다. 산 자락을 뚝 잘라내서 만든 도로, 자연스런 하천변에 연하여 우뚝 쌓아올린 직선의  축대, 주변 산세와 어울리지않는  고층 아파트, 전망 좋은 곳에 들어선 국적 불명의 요사스런 모텔 건물, 유원지 식당에 내건 노랑 빨강 원색의 커다란 간판이다. 설천면 캠프장을 찾아가는 길에는 눈에 거슬리는 이런 인공 구조물을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다녀본 명승지 중에서 가장 자연과 조화를 이룬 개발 현장이란 생각이들었다.


계곡 깊숙히 들어서니 산촌의 풍경이 더욱 정겹다. 밭둑에 서있는 높 다란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들이 석양볕에 더욱 빨갛게 빛난다. 길가 과수원에는 잎을 다 떨군 사과나무들이 줄지어 서있고  붉은 사과들이 수백개가  매달려 농부의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5시가 되서야 캠프장에 도착하니 모두들 나와서 반갑게 맞아준다. 캠프장의 통나무집 2동을 빌렸다. 주변 환경도 수려하고 통나무로 지은 숙소동도 깨끗하고 정취가 있어보인다. 모두들 한자리에 모여 인원 파악을 해보니 총 13명이 참가했다. 매번 빠지지 않고 참가했던 이천 지역 대원 4명이 돼지열병 문제로 바쁜 일 때문에 참가를 못했다고 전한다. 모두들 그동안 지낸 소식들을 묻고 이야기하며 간단한 인사를 나눈후 캠프촌 아래 예약된 식당으로 이동해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통나무집 숙소에 모두 모여 공식 모임을 가졌다. 공식 모임이라야 별것 없다. 총무를 맞고있는 강필중 대원이 참석 인원보고를하고 행사 1박2일의 스케줄을 전달한다. 그리고나서 이상래 회장과 소대장의 간단한 인삿말이 전부다. 이후는 둘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며 밤 늦도록 정담을 나눈다.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내용이 있었다. 내가 회장과 총무에게 조그만 선물을 전달하는 전달식을 끼어넣었다. 우리 모임을 맡아 잘 이끌어나오고 있는 이상래 회장과 강필중 총무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찾아보려 고민했었다.  지난번 모임에서 이상래회장이 군 생활시 근무를 마치고 초소에 들어왔는데 소대장이 담근  머루주 한잔을 줘서 마신적이 있는데 정말 맛있었고 기억에 남는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전혀 기억에 없는데 이회장은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지난 여름 지인들과 함께 속초 여행을 다녀오면서  머루주 한병을 구했다. 이회장에게 선물하면 안성마춤이란 생각이들어 보관하고 있었다. 강필중 대원에게 줄 선물은 고민 하던 중 우리 집에서 찾아냈다. 내가 전역하면서 직접 조각물을만들어 전역 기념으로 가지고 나와 집안에 진열했던 물건이다. 임신한 여자 나체상이다. 강총무에게 주면 의미가 살아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전역 기념물이 강총무의 입대 기념물이 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모임에도 몇몇 대원이 선물을 준비해가지고왔다. 봉화에 사는 허광회 대원이 또 떡을 한 말 해들고 왔다. 매번 대원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떡을 떡집에서 맞추어 가지고온다. 대단한 성의다. 허광회 대원은 모임에 나와서도 궂은일은 도맡아 한다. 누가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요리하고 상차리고 설겆이하는 일을 맡아 완벽하게 해낸다.


변은섭 대원도 연잎 제품 선물 세트를 들고왔다. 변은섭 대원은 군 생활시 맥가이버 소리를 듣는 다재다능한 대원이었다. 고향에서 시작한 사업이 시기를 잘 못만나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이제는 재기의 과정에 들어섰다. 군생활시와 변함없이 성실함과 열정은 모두가 본받을만하다. 


신중석 대원은 아주 특별한 선물을 마련해 가지고 왔다. 왕새우(대하) 3박스다.  그는 충무에서 가두리 양식업을한다. 지난 태풍이 서해안을 휩쓸고 지나갔을 때 적조가 덮쳐 가두리 양식 중인 광어 40톤을 폐기처리했다고 전해들었다. 엄청난 피해를 입었음에도 이번 모임에 전우들을 위해 대하를 사가지고왔다. 허광회 대원이 대하를 직화구이와 소금구이를 해내 식탁마다 푸짐한 상차림되었다.  이렇게 많은 대하를 쌓놓고 먹어보긴 처음이다. 결국 구어논 대하를 반정도 밖에 못먹고 남고 상을 물렸다.


이번 모임에서 대원들의 조금 특이한 모습이 눈에 띠었다.  식탁에 즐비하게 펼쳐논 술 이 남아돈다.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 주량 허광회대원이 술을 끊었다 말하고, 몇몇 대원들도 건네는 술잔을 사양한다.  지금까지 오늘처럼 술을 남긴 일이 없었다. 몇명의 배불뚝이 대원 중 하나인 임환구 대원이 몰라보게 얼굴이 변해있었다. 모습이 너무 달라져 혹시 무슨 병고가 있지 않았나 걱정이되어 다가가 살짝 물어보니 큰 수술 해서 체중이 10Kg이나 빠졌다고 말했다. 에제 모두들 나이가들어  체력이 떨어졌다는 증거다. 건강에 자신이 없다는 이야기다. 사나이들 모임에서 술은 최고의 분위기 촉진제이며 때로는 악의 근원이되기도한다. 내가 군생활을 사고없이 마칠 수 있었던 바탕에도 대원들의 술 문제를 잘 풀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우회 모임 대화 내용도 많은 변화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언제나 대화의 주제였던 군생활 중 일어났던 무용담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건강 이야기 사업 이야기 손자손녀  자랑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오늘 대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노인의 성생활로 옮겨갔다. 이부문에서 언제나 최고의 권위자는 주문종 대원이다. 그의 일화는 함께한 군 생활 중에도 있었다. 소대에서 4명이 개인화기 (90mm 무반동총) 보수 작업(포경 수술) 있었다. 주문종 대원이 무자격 기술자(위생병)가 수리한 무반동총에 이상이 생겨 10일이 넘도록 고생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그때 수리한 총이 부부생활에 엄청난 효과를 내고있다고 자랑을해 모든 전우들이 부러워한다.  이번 모임에서도 아직도 일주일에 2번은 실사격을 한다고 자랑을한다.  마침 집에서 부인이 오늘밤 중으로 올라오라는 전화가 왔고 주문종 대원은 사격훈련에 참여한다고 전우들과 일정을 함께하지 못하고 밤에 출발해 올라갔다. 나는 조금 일찍 자리를 떠나 숙소동에 올라가 이상래회장과 새벽 1시가 넘도록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들었다.


아침 식사 전에 캠프촌 뒷산 중턱의  전망대까지  올랐다. 전망대서 바라본 안개 덮힌 계곡과 겹겹이 펼쳐진 산봉우리의 모습이 장관이다. 설천면으로 이동해 아침 식사를 마친후 허광회 대원이 무주에서  라제통문을 꼭 보고가야 한다며 주장해 일정에 없는 라제통문을 보러 이동했다. 나는 직장생활 할때 전주로 출장와 무주구천동과 라제통문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번에 다시 방문해보니 산간마을의 모습과 잘 어울린  조화로운 개발이 이루어져 이곳의 수려한 경관을 잘 보전하고 있다.


마지막 일정으로 적상산 안국사를 방문했다. 적상산은 산악 험지로 이조실록 사고가 있던 곳이다.차량으로 올라가는 단풍 터널이 환상적이다. 1,000고지가 넘는 가파른 언덕길에 관광버스가 줄을 잇고 있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안내소 직원들과 등산객들이 정현모 대원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도사님이 오셨다고 한마디씩 해댄다. 정현모 대원은 머리와 수염을 길러 도사풍 모습을하고 있다. 군 생활시 말 수가 적고 얌전하고 후임병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던  대원이었다.


안국사 방문 하산을 끝으로 2019년 하반기 소대 기동훈련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이번 훈련에 참가해준 대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내년 봄 모임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나누었다. 이번에도 서울 귀가길을 권재식 대원이 수원까지 안전하게 책임져 주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 대원이 나에게 한 말이 자꾸만 귀에 맴돈다. "우리 모임도 이제 5년 정도 남은 것 갔습니다" 그렇다 팔팔했던 청춘들이 이제 모두 60대 중반을 통과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생활터전을 잡고 사는 대원들이 차를 직접 몰고 한 곳에 집합하는 기동훈련은 머지않아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기동훈련을 대체할 새로운 방안을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을 차안에서 해보았다.

        (2019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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