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에
내 생일 음력 시월 스무 엿샛날
할머니가 좋아하셨지
할아버지는 칠월인데 난 좋은 달 나왔다고
단기 4286, 12, 2
전쟁통에 사진관 데리고 갔던 엄마
사랑의 불씨만 남기시고
두분 모두 내 곁을 떠나신지 오래
사진을 바라본다
아가가 부럽다
아직 꿈도 욕망도 없었던 그 때
웃음도 눈물도 몰랐었지
사진을 바라본다
아가도 나를 바라본다
눈 깜박할 사이에
벌써 엄마보다 훨씬 많은 생일 맞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많은 곳을 구경하며 웃고 울고
하마트면 큰일 날뻔 한적도
다행이다
감사하다
사진을 바라본다
아가가 나에게 말한다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 있다고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짐들
남기는 것은 오직
꺼트지 말아야 할 불씨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