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 탐지
GOP근무 당시 상급 부대의155마일 휴전선 방어의 가장 큰 위협요소는 적의 땅굴 침투 이었다. 당시에도 제3 땅굴 까지 발견되어 전방 부대에 땅굴 탐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적의 땅굴에 의한 기습 남침은 최전방에 배치되어 방어 1선을 구축한 GOP부대를 한번에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가장 두려운 전술 중의 하나 임이 분명하다. 병사 모두가 전방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데 야간에 적 정규군 부대가 후방에서 나타나 공격을 가해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상상이된다.
8-21P 우리 초소에도 땅굴 탐지 장비가 설치되었고 탐지병이 선정되어 24시간 감시 장비를 운영했다.당시 PK3 라는 탐지 장비가 있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지하 청음기다. 새로 개발된 국산 장비라고 들었다. 적의 땅굴 굴착이 예상되는 지점에 청음봉을 설치하고 유선으로 초소와 연결했다. 탐지병이 레시버를 끼고 지하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이상음이 들리면 녹음해서 상급 부대에 보고한다.
우리 초소는 초소에서 200미터 쯤 떨어진 후방 언덕 3곳에 탐침이 뭍여 있다. 높이 1미터 지름 6미터 정도의 반원형 흙 더미속에 청음봉을 설치하고 유선으로 초소와 연결한다. 상황병 1명이 레시버에 들려오는 소리를 잡아내 녹음한다. 내가 레시버를 쓰고 들어보니 웅웅거리는 기계소리 잡음과 이따금 쿵쿵 거리는 소리도 들리곤했다. 대원들을 시켜 청음기가 꽃인 곳에서 땅을 구르게 하면 사람 음성과 함께 뛰는 소리도 감지되곤한다. 가끔은 지하의 발파음과 유사한 큰 소리도 잡혀 긴장감이 들기도 했으나 정확히 지하의 소리인지 지상의 소리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소대의 상황병이었던 손봉익 상병이 탐지병으로 상급 부대로 부터 명을 받았다. 청음병으로 24시간 레시버를 끼고 근무한다.
얼마후 GOP 근무부대 교체 계획에 따라 소대 전원이 후방 예비대로 짐을 싸서 철수하게되었다. 상급 부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땅굴 탐지병은 철수에서 제외 현지부대에 전문 탐지병으로 잔류하라는 인사명이었다. 초소를 인계하며 대원들 모두 군장을 꾸려 메고 철수하려고 집합했다. 정들었던 대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손봉익 대원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찡했다.
고락을 함께한 전우들과 헤어져 낯선 집단 속에 혼자 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군대 다녀온 이들은 설명 안해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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