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0 백 ㅅㄹ)
인사동 풍경
종로 고층빌딩 숲 속에
붉은 벽돌 건물 하나
철지난 양복 입고 백화점 매장에 쇼핑나온
시골 영감 모습
웃지 말아라
내 처음 이곳에 나왔을 때
삼천리 곳곳에서 날 보려고
구름처럼 몰려 왔었다
가을 볕 아래 지긋이 눈감고
100년을 되돌아가본다
고만고만한 기와집 앞에 우뚝선
하늘을 찌르는 검은 철제 지붕
종각보다 열배 높았고
광화문 보다 넓었다
허리숙여 골목길 내려다본다
흰옷 입은 해월 선생 의암 선생 급하게 지나갔다
원고 가벙들고 개벽사 찾아온
이상화 염상섭 현진건도 보인다
저멀리 소파 방정환 어린이 손잡고 걸어오신다
시간이 만들어내는 공간 드라마
인사동개 몇 채 남은 기와집
다음 세대에도 살아 남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