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8 to 유 ㅅ ㅈ)
노점상의 꿈
아주머니 오늘도 전철역 앞에
좌판 펼치셨다
굽은 허리 더 숙이시고
부지런히 파 다듬으신다
우엉 5천원
풋고추 3천원
좌판 걷을 시간 다가오는데
아직도 비닐 꾸러미 많이 남았다
무시하지 마라
아주머니도 꿈이 있다
반에서 일등하는 세째 놈
학비 보태주고 있댄다
변호사 판사 검사 맹글면
한방에 백억 천억 땡긴댄다
잘못 가르쳤다
잘못 배웠다
뭐 하나 빠트렸다
꼭 끼워 넣어야 한다
법학개론 첫 장에
먼저 인간이 되어라.
(1777 to 방 ㅈㅅ)
깔딱고개
둘레길 마지막 구간
가파른 돌계단 오르막 길
남들은 성큼성큼 잘도 오른다
앞서가며
뒤도 돌아보지않는다
힘들다 숨이찬다
한 계단 오를 때마다
무릎이 떨려 온다
앞을 바라보니
이어지는 돌계단 아직 많이 남았다
머리 돌려 올라온 길 내려다보니
단풍에 물든 아름다운 계곡과 능선
하나님 감사합니다
마지막 남은 깔딱고개
힘을 내어 넘어가겠습니다.
(1779 to 최 ㅊ ㅂ)
심학산 큰 바위
심학산 둘레길 서편 능선 큰 바위
산 아래만 내려다보며 무심히 서 있다
바람 한 줄기 단풍잎 떨구어
바위 위에 내려 놓는다
붉은 해 강화섬 위 넘어가며
떡갈나무 숲을 노랗게 물들인다
천년 넘게 아래만 바라보고 있다
다 보고도 다 듣고도
눈감고 입막고 천년을 지내는
큰 바위에게 물어본다
무었을 보고 무슨 소리를 들었는가?
오래된 기억 속의
말탄 고구려 장수의 늠름했던 모습
창칼 든 신라 병사들의 고함소리
슬픈 기억 속의
비오는 밤 임진나루 찾아가던
선조 임금님의 초라했던 행렬
왜병들과 명군들의 창칼 부딪치던 소리
병자년 엄동설한 눈보라 속 여인들
줄에 묶여 울면서 끌려가던 모습
생생한 기억 속의
70년 전 엠원소총 따발총 소리
산 위에도 미군의 대포알 떨어져
하마트면 죽을뻔 했다 한다
큰 바위 입 열고 내게 물어온다
둘레길 걷는 많은 사람들
대장 대장 대장동 말하든데
대장에 무슨 큰일 있었는지?
묻지 말아라 나도 잘 모른다
10년 후에 아니 100년 후에
산길 올라오는 사람에게 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