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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장 정경있는 풍경(성내천)

Sam1212 2011. 10. 27. 14:36

 

서울에서 가장 정경 있는 풍경

오늘 성내천 걷기는 아산병원이 내려다보이는 성내천 둑방에서 시작하였다. 이곳 출발점에 송파구에서 '워터웨이'라고 흰색의 커다란 입간판을 세워놓았다.

 

이 간판을 바라볼 때마다 미국의 'HOLLYWOOD'간판이 연상되기도 하고 왜 하필이면 영어식일까? 하는 의문과 '워터게이트'라는 부정적 사건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웃 강동구에서 개발한 걷기코스 '그린웨이'에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산병원에서 올림픽 공원 방향으로 똑바로 뻗은 강둑은 다른 하천 둑보다 꽤 높아 보인다. 둑 위에서 내려다본 개천의 물길을 바라보면 협곡을 흐르는 물길처럼 보인다. 성내천의 둑은 실제로 높고 단단하게 구축되었다.

 

 이 제방을 쌓기 전에 이곳 잠실벌은 여름철 홍수 때 상습 침수 지역이었다 한다. 이 둑을 건설하면서 잠실 지역의 침수 역사를 정리하여 병원에서 아파트단지로 건너가는 다리 옆에 소개해놓았다. 둑이 높다 보니 둑 중간에 산책로를 하나 더 만드는 공사도 진행 중이다.

 

 둑 길 양편에 심은 벚나무 가로수가 제법 자라서 봄엔 벚꽃 터널을 이루어 제법 장관을 이루는데 오늘은 꽃은 다 졌으나 새 잎들이 제법 다 나와 싱그럽다. 신록의 생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걷고 있는데 한 줄기 향기가 코끝에 스며든다.

 

벚꽃 철쭉 모두 진지 오래인데 왼 향기인지 몰라 궁금해 하다가 둑 너머를 쳐다보니 둑 경사면에 연분홍 카펫을 깔아놓은 것 갔다. 둑을 새로 단장하면서 작년에 심어놓은 풀꽃들이 만발하였다.

 

성내천은 올림픽공원 동쪽을 관통하고 흐른다. 둑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올림픽 공원의 울창한 숲이 한눈에 들어오고 공원 내 토성 위를 걷는 사람들도 보인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북2문의 다리가 얼마 전 내려앉는 사고로 폐쇄 되었다. 공원과 붙어있는 체육고등학교 담장을 끼고 돌아서 성내천 으로 들어갔다. 이곳 공원에서부터는 강둑이 아니라 성내천 개울 바닥을 따라 걷는 산책로이다.

 

성내천은 총 길이가 7.72km이다. 청량산서 발원하여 송파구의 마천동 오금동 풍납동을 거쳐서 한강으로 들어간다. 1970-80년대 제방과 바닥이 콘크리트로 돼있던 것을 2002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하고 한강수와 지하철의 용출수를 흘려보내 생태하천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올림픽 공원 내에서 하천 바닥의 산책로를 따라 걸어 가다가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가 끝나는 지점에서 산책로는 다시 둑으로 올라온다.

 

 선수촌아파트 뒤부터는 논과 밭이다. 아직 서울 한 복판에서 논과 밭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도 도시인들에게는 큰 볼거리요 즐거움이다.

 

논과 밭을 바라보며 걷는 길도 잠시 길은 다시 하천 안으로 들어간다. 지금 까지 걸어오면서 바라본 성내천의 모습은 서울의 다른 하천들과 비교해서 분명히 특색 있음을 느낀다.

 

성내천은 폭이 3-4m정도로 작고 수량도 많지 않아 실개천이라 불릴 정도이다. 그럼에도 이곳 성내천에서 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서울의 복원된 하천들 중에서 가장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 때문이다. 물론 이곳도 하천을 따라 가꾸어진 잔디와 인공 식재된 나무와 화초 그리고 징검다리 목재 데크를 바라보면 다른 하천과 크게 다름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성내천의 자랑은 접근성에 있다. 아무리 잘 꾸며져 있고 아름다운 수변 공원이라도 인근 주민들이 쉽게 다가가기어렵다면 효과는 반감된다. 성내천은 홍수에 대비한 높은 둑이 없다. 높은 둑을 넘어오거나 차도를 건너는 어려움 없이 누구라도 쉽게 수변으로 내려올 수 있다.

 

성내천의 진짜 아름다운 모습은 하천을 가로지르는 '성내제6교'를 지나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성내5교까지 이어진다. 이곳에 이르면 하천이 동네의 한복판을 가로 질러 흘러간다. 하천에 연한 동네를 둘러보면 서울 변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눈에 거슬리는 고층 아파트나 대형 상업용 건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천변에 연해 있는 주택들은 집 대문을 열고 나오면 잘 가꾸어진 성내천 공원에 누구든지 쉽게 들어설 수 있는 구조이다. 이 동네는 성내천이 집안의 정원이고 어린이들이 맘 놓고 놀 수 있는 앞마당인 셈이다.

 

 동네 주택들의 건축양식이 90년대 서울에서 유행하던 다가구 주택들이 많아서 그렇지 스위스나 북유럽의 전원마을 같은 분위기이다.

 

하천을 따라 설치된 나무 데크 위를 걸으며 이곳에 사는 분들은 모두들 집 앞에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고 있으니 이 동네 사는 것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이름을 물어보니 송파구 마천동이다. 천변에 '자연생태 복원 우수 마을'이란 표지판도 세워져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이곳에서 성내천을 따라 올림픽 공원이나 멀리 한강까지 걸어가 볼 수 있는 훌륭한 산책로를 하나 더 선물로 받았으니 참 복 받은 동네다.

 

성내천의 맑은 물줄기는 성내4교 성내3교 성내2교 마천교 아래를 지나 200미터쯤 더 가다가 멀리 남한산성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지하로 사라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