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소대장
우리는 전후 세대다. 전쟁 중에 태어난 사람도 있으나 참혹한 전쟁을 직접 몸으로 경험한 세대에 비하면 축복받은 세대다.
그러나 우리는 휴전이란 이름으로 남은 분단 조국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더 힘든 일은 언제 다시 전쟁이 시작될지 모르는 평화와 전쟁의 외줄타기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는 현실이다.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면 전쟁의 공포가 한반도 위를 한번도 떠난 적이 없다. 드디어 평화가 시작되었다고 큰 소리로 외친 적이 몇번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언제나 위장된 평화였고 더 크고 위험한 전쟁의 준비기간이었다.
위험 상황 아래 사는 사람들, 그들은 남보다 빠른 상황 판단력을 필요로한다. 신속한 상황 대처 능력과 위험 회피 방법을 찾아내는 창의성을 발휘해야한다. 이들은 많은 위험을 극복해왔기에 저강도의 위험은 쉽게 자신감을 가지고 대응한다.
대륙에 붙어 있는 반도의 반쪽인 대한민국이 오랜 농경문화와 유교의 전통 문화 에서 빨리 탈피하여 오늘날 경제 문화 모든 분야에서 세계 선진국 대열에 함께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런 놀라운 업적은 분단이 만들어낸 국민개병제의 군복무 경험이 밑바탕에 축적된 젊은이들의 역활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땅에 태어난 남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정체성과 자긍심으로 무장하는 마무리 과정이 군 복무라는 생각을 해본다. 군인은 나라의 명에 따라 하나 밖에 없는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바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학교시절 역사 교육을 통해 나라의 존재 가치를 인식하며 나라에 충성해야 된다는 가치관이 정립된다.. 그리고 군역을 마침으로 나라에 충성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풀리지 않는 자물쇠를 채운다.
이 글의 주 무대인 GOP 초소는 전군에서 가장 힘든 부대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항상 위험 요소들이 상존하고 긴장 속에서 생활해야한다. 당연히 빠른 선택과 자기 적응력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생활이다. 이런 군 생활 경험은 스스로 만들어 할 수 없다. 군 입대 최일선 부대배치라는 국가의 공적 명령에 의해서 만들어진 경험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다른 나라 청년들이 경험할 수 없는 이런 독특한 군대 경험으로 무장하고 직업 전선에 뛰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오늘의 선진화되고 화려한 대한민국이다.
이 이야기는 최전방 GOP 철책선에서 초소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소대장의 눈으로 기록한 실화다.
대한민국 남성은 특별한 소수를 제외하고 의무적으로 군에 입대해 일정기간 군복무를 경험한다.
젊은 나이에 가정을 떠나 최초로 경험하는 집단생활이다. 한국의 남성들은 술자리 모임에서
죽을 때까지 군대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반복된다. 그만큼 뇌에 첫 경험이 강력하게 입력되어 있다는 증거다.
역사의 등불은 크고 중요한 사건들과 힘있는 권력자들과 큰일을 해낸 위대힌 사람들만을 비춰주며 빠르게 지나간다. 큰 사건과 위대한 인물의 그림자 아래에는 보잘것없는 작은 사건들과 힘없고 이름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늘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작은 사건들과 이름없는 사람들 속에서 시대의 진실과 숨겨진 단서를 찾아내는 노력을 해야한다.
누군가는 우리시대 군대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두어야한다는 마음으로 이글을 써두었다.
군복무 기간과 부대마다 복무강도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어찌보면 155마일 휴전선의 육군 GOP부대는
우리시대 군의 모습을 가장 대표한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가 복무했던 88여단 1대대는 몇번의 부대 개편이 있었다. 내가 처음 초소장으로 부임 했을 때 소대원들은 12사단 37연대로 배치받아온 병사들이었다. 내가 떠난후에 동경사 88여단은 다시 22사단으로 또한번 개편되었다. 부대 이름은 여러번 바뀌었으나 험준한 산악지형과 휴전선에 인접한 해안 지역을 함께 담당하기에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많이 발생한다.
내가 군에서 나와 사회 생활을 하는 동안에. 현 22사단 지역에서 전국민을 놀라게 할 만한 큰 사건 사고들이 6건이나 있었다. GOP를 담당하는 전투 사단 중에서 사건 사고 다발 부대라는 불명예 멍에를 짊어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나는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사건 사고들을 들여다 보았다. 내가 초소장으로 근무시 담당했던 쎅타에서 3건의 사건이 있었다. 군에서 사건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문제의 해결점은 사건이 발생할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찾아내 제거하는 노력과 부대 지휘 책임을 맡고 있는 장교들의 책임감과 소명의식으로 귀결된다.
장교가 되기 위한 후보생 교육시 '장교는 군대의 기간이다' 라는 장교의 책무와 만나게 된다. 결론적으로 나라의 군사력은 그 나라의 장교단의 수준과 비례한다. 많은 병력과 첨단 무기로 무장되어 있다해도 이를 운용하고 지휘하는 장교단의 수준이 상대방보다 떨어진다면 병력과 무기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장교는 모집과정 교육 훈련의 수준 복무시 처우와 전역 후 사회적 예우가 자긍심으로 나타난다. 그 자긍심의 수준 상태가 그 나라의 군사력인 셈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예비역 장교단의 한 사람으로 요즘의 군의 모습을 바라보면 안타깝다. 군은 명예와 자긍심을 지키려고 노력을하는지? 군의 밖에서는 군의 명예와 자긍심을 지켜주려는 노력을 했는지?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이 너무 많았다. 군은 명예를 먹고 산다. 그리고 그 명예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국가에 바치는 조직이다. 군의 장교단이 국민 모두가 존경하는 장교단이되어 천하무적 강군의 모습을 보여주길 간절히 바란다.
GOP초소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면서 당시의 초소생활의 밝은면 어두운면 모두를 사실대로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이야기의 사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등장 인물 모두를 실명으로 기록했다. 거짓이나 과장이 없다는 대원들의 검증을 거쳤다.
1부 초소 야기는 주로 2,000년대 중반에 쓰여져 내 블로그에 저장되어 있었다. 2부 전우회 관련 이야기는 2018년 이후에 쓰여졌다. SNS에 카톡방 문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동기생들 단톡방에 연재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모두 비슷한 경험을한 동료의식의 발로라 생각한다.
군복무를 ROTC 장교로 고작 2년하고 나온 사람이 군 생활 20년 한 사람보다 군대 이야기를 더 많이 리얼하게 풀었다는 말을 들었다. 어떤 동기생은 함께했던 소대원 이름들을 어떻게 그리 생생하게 기억하냐며 놀랐다는 말과 함께
소대원 30여명이 40년이 넘도록 함께 모여 전우애를 나누는 일은 대한민국 육군사에 남을 이야기라며 과분한 칭송을 듣기도했다.
GOP소대장 이야기를 읽어본 동기생 김종환 사장이 책으로 출간해보자는 제안을 해와 기꺼이 응했다.
책이 나오기까지 수고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이책을 젊은시절 GOP 철책선에서 고락을 함께했던 우리 대원들에게 그리고 동시대 힘든 군복무를하며 이름없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끈 전역 군인들에게 바친다.
(ROTC 예비역 육군 중위 76-0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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