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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다.(월드컵 공원/하늘공원)

Sam1212 2009. 10. 10. 08:37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다.(월드컵 공원/하늘공원)

월드컵 공원은 평화의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으로 5개의 테마파크로 새로 태어난 생태공원이다. 공원이 워낙 넓고 광범위하다니 하루에 다 돌아보긴 힘들다. 그래도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꼭 가보아야 할 곳은 하늘공원과 노을 공원이다.

 

 

월드컵경기장 앞에서 2002년 지축을 흔들던 그 함성 소리를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이젠 제법 잘 자란 쭉쭉 뻗은 소나무 정원수들을 바라보며 먼저 하늘 공원에 올라가 보는 게 우선이다.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진 포장도로와 계단길이 있다. 포장도로는 지그재그로 경사각을 낮추어 놓았기에 정상까지 오르려면 꽤 돌아가는 셈이고 특별행사 기간에만 도로를 개방하기에 계단 길을 올라가야 한다. 나무 계단도 지그재그로 만들어져있고 꺾이는 지점마다 아래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 번에 오르기 힘이 들면 중간에서 쉬면서 아래에 펼쳐진 평화의공원과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시원스레 바라볼 수 있다. 아마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계단길인 셈이다. 계단을 살펴보면 하나하나 마다 일련번호가 붙어있다. 어린아이와 함께 오르는 부모들은 함께 세면서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다리가 불편하여 두 번 정도 쉬면서 올라가는데 함께 오르던 순자 누나께서 지금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고 있다는 말을 하기에 참 재미있는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늘공원을 오르는 계단 '천국의 계단'. 역시 천국의 문에 들어가는 일이 그리 쉬우면 천국은 만원일 것이다. 계단을 다 올라 마지막 숫자를 확인해보니 242개였다.

 

계단을 올라 공원입구에 들어서 드넓게 펼쳐진 하늘공원을 보면 아래서 바라다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우선 생각보다 꽤 넓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엔 푸른 억새밭이 일렁이고 가을엔 힌 억새꽃이 바람에 출렁인다. 서울에서 인공 구조물이 전혀 시야에 서 사라진 상태에서 드넓은 평지와 푸른 하늘이 맛 닿은 곳은 이곳뿐이다.

 

 

공원입구 언덕에 안내관이 있다. 공원의 역사와 공원화추진과정 공원 내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에 관해서 사진과 함께 설명이되 있다. 내 생각엔 너무 초라하단 생각이 들었다. 별 볼일 없는 전시관이나 관 주도의 사업 홍보관 에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이렇게 훌륭한 세기의 기념비적 보물을 만들어놓고서 겨우 50평 정도의 초라한 안내관이라니. 1000평 짜리기념관이 넘쳐날 정도의 역사기록물과 전시자료들을 가지고 있을 텐데 왜 이런 좋은 자료들을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과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좀 더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내보여 주지 않는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30년전 의 도시의 연탄문화 난지도에서 고물을 주워 생계를 이어가던 애환 서린 난지도사람들의 생활상을 지금은 천지개벽하듯 변모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늘공원에서의 즐거움은 역시 공원 남단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서울의 남쪽을 조망해 보는 일이다. 공원 아래로 동에서 서로 유유히 흐르는 한강, 동쪽으론 강남의 아파트촌이 아스라이보이고 남쪽의 관악산의 불꽃모양의 스카이라인이 가장 선명하게 들어온다.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내가 처음 하늘공원에 올라 공원 남단 중앙에서서 북한산을 바라보았을 적에 하늘공원의 초록색 공제선 위엔 한 점의 인공 장애물 없이 북한산의 웅장한 산세가 한에 꽉차게 들어왔었다. 이곳은 북한산 모습을 인공구조물 없이 바라볼 수 있는 내가 발견한 서울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2009년에 다시 그 자리에 서보니 '상암디지털밸리'의 고층빌딩 두 채가 공원 지평선위로 머리를 삐쭉이 내밀어 하늘공원의 신성한 맛을 완전히 버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