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엽서화 670

환구단

환구단 황금색 곤룡포 갈아입고 제단 세우시고 하늘 보고 외치셨다네 보아라 우리도 황제국이다 힘없는 목소리 목멱산을 넘지 못하고 메아리도 없었다네 백년 지나 용맹한 자손들 오대양 육대주 어깨 펴고 누비고 흰색 검은색 이방 얼굴들 몰려와 K컹춰 경험하며 놀라네 천년 묵은 한 풀었는데 큰 산에 붙은 작은 언덕이라 머리 조아리는 혼 빠진 임금님 있었다네 남산 풍경 도시도 숨을 쉬어야 산다 빌딩 숲에 숨통을 내었다 뒤로 한걸음 물러선 빌딩들 숨통이 트였다 하늘이 보인다 남산이 보인다 신호등 빨간불 켜졌다 차들도 모두 멈춰서 푸른 소나무를 바라본다 (悳)

그림/엽서화 2024.03.10

지하철

"행복하세요"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오늘 친구들 모임 있는 날 우산 챙겨들고 집을 나선다 서울살이 어르신네 공인 마패 지하철 개찰구 들이대니 "삐빅 행복하세요" 대머리 흰머리 턱수염 할배들 노란 사각 나무판 앞 마주 앉아 흰돌 검은 돌 무념의 시간 지나고 막걸리 잔 비우며 너스레를 떤다 "삐빅 행복하세요" 다시 한번 듣고 집에가는 길 경로석 구석에 앉아 막걸리 취기에 감겨오는 눈까플 얘들아 꼰대라 무시하지마라 우리도 젊었을 땐 엠원소총 메고 화순에서 지리산까지 2박3일 걸었고 울산에서 오사카에서 사우디사막에서 밤낮없이 뛰었다 "삐빅 행복하세요" 그래 고맙다 덕분에 오늘 하루 행복했다 (悳)

그림/엽서화 2024.02.22

걷는 사람들

둘레길 풍경 노랗게 물든 금잔디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 반 바퀴도 못 돌고 내려가는 젊은이 언덕 위 벤치에 앉아 도시의 빌딩숲을 바라보는 노인 엄마의 손을 잡고 걷는 아이 발걸음 빠른 젊은이 배낭을 짊어진 중년 사내 굽은 허리에 숨소리도 가쁜 노인 모두들 둘레길을 걷고 있다 우리 엄마는 63 바퀴를 돌고 내려가셨다 친구 엄마는 96 바퀴 째 돌고계시다 (悳)

그림/엽서화 2024.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