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 이야기(초소 일지) 43

초소 이야기3 (경계 근무)

초소의 임무는 완벽한 경계근무다. 경계 근무라 함은 초소 전방에 설치된 철책선 지역을 적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적의 침투 기도를 알아내고 방어하는 일이다. 휴전선 155마일에는 6,70년대에 공사한 경계용 철책 공사가 완공되었다. 철책 전방 20m 정도는 시계 확보를 위해 나무나 잡풀이 모두 잘려진 볼모지대다. 매년 봄여름이면 이곳에 새로 자라나는 잡목을 제거하는 시계 청소 작업을 한다. 이때 전방으로 조금 더 나가 작업을 수행하다 지뢰 폭발 사고를 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전방 풀숲은 대부분 미확인 지뢰지대다. 경계 취약 지역에는 철책 바로 앞에는 폭 3m 높이 70cm 정도의 2단으로 된 고압 전기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이따금 고라니나 산양이 고압전기에 감전 죽는 사건도 목격한다. 철책은..

초소이야기 6 (사고 안전 관리)

GOP부대의 임무는 완벽한 경계 근무다. 완벽한 경계근무 못지않게 초소장이 신경 써야 할일이 안전사고가 없도록 하는 일이다. 군에서 사고는 곧 인사 사고다. 죽거나 중상을 당하는 사고다. 당시 가장 많은 사고는 지뢰 폭발 사고였다. 내가 부임하기 얼마 전에도 중대에서 지뢰 사고로 병사 한명이 다리를 잃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근무 투입 시에는 항상 실탄이 장전된 소총과 야간에는 수류탄까지 휴대하기에 모두가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풀숲에 깔려있는 미확인 지뢰도 종종 발생하는 사고의 큰 원인이다. 초소 당 10발 정도의 크레모아도 설치되어 있다. 경계근무시나 훈련중에 크고 작은 사고들이 많이 발생한다. 지뢰 사고 외에도 다른 폭발물 사고도 종종 있다. 내고 보고 들은 사고는 인접 3사 출신 중대..

초소 이야기 28(지휘 통솔)

GOP부대의 초소장 근무는 힘든 일과의 연속이다. 힘들다는 표현은 육체적으로 힘든 생활보다는 정신적 중압감을 말한다. GOP 부대는 6개월 단위로 철책선 경계근무에 투입된다. 나머지 6개월은 예비대 생활이라 하여 중대 단위 막사에서 생활하며 훈련과 교육으로 일과가 편성되어있다. 육체적인 고생은 예비대에서 생활이고 정신적 중압감은 철책선 경계근무 생활이다. 철책선 소대장은 초소의 모든 책임을 맡고 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항상 긴장을 풀면 안 된다. 이 긴장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힘들다. 긴장감이 풀리고 느슨해지면 어디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대장의 임무는 소대원들의 인간 관리를 통해 맡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일이며 이와 같은 행동을 지휘 통솔이라 말한다. GOP 소대장의 경..

초소 이야기 11 (금강산을 화폭에 담다)

금강산을 화폭에 담다 우리 초소(7-5P)는 해발 800 고지에 위치 한다. 서쪽 위로는 까치봉과 건봉산이 있고 우측 동으로는 고황봉을 지나 능선은 바다를 향해 달려나간다. 우리와 마주한 전방 북쪽으로는 금강산 일만이천봉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우리 초소도 금강산 일만 이천 봉우리 중의 하나인 셈이다.우리측 능선 7~8부 능선을 따라 시커먼 철책선이 만리장성 처럼 산 능선을 할퀴며 뻗어나가 동해를 만나서야 끝이난다. 철책선 안 비무장지대에 있는 GP가 닭장 처럼 작게 보인다.우리 쪽 능선과 북한측 능선 사이로 남강이 흐른다. 여름에 비가 내린 후 남강에서 물안개가 피어 오르면 작은 봉우리들은 모두 안개구름 속에 잠기고 금강산의 큰 연봉들만 구름위에 떠있다. 초소에서 이광경을 바라보면 신선이 산다는 선계에 ..

초소이야기 1(길 끝나는 곳 최동북단 GOP)

최 동북단 광주 보병학교에서 동경사(동해안 경비사령부) 부대 배치를 받고 기분이 조금 들떠 있었다. 수료식을 몇 일 앞두고 한 선배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육군에서 가장 좋은 부대가 동경사라 말했기 때문이다. 해안 초소장을 맡으면 어선을 통제하기 때문에 어민들의 대접을 받고 근무 한다 말했다. 수영팬티와 썬그라스를 꼭 준비해가라 했다. 군용 열차를 타고 태백산맥을 넘어서 창밖으로 난생처음 바라본 푸른 동해 바다 때문에 속초 사령부에 도착해서 까지 약간의 흥분이 가라 앉지 않은 상태였다. 사령부에서 88여단으로 부대배치를 받고 꿈이 산산 조각나버렸다. 88여단은 해안 초소가 아닌 내륙의 철책선을 맡는 부대라했다. 간성의 여단 본부에서 나와 동기생( 정용성,외대) 두 명은 철책선에 투입된 1대대로 발령받았다. ..

초소 이야기 3-1 (경계 그리고 안전)

경계와 안전 GOP부대의 임무는 완벽한 경계 근무다. 초소의 경계 관할 구역은 통상 1.5~2 Km 정도다. 평지 1Km는 가까운 거리지만 험준한 산악 지역은 평지의 배 정도 길게 느껴진다. 험한 산 골짝을 오르락 내리락 뻗어나간 철책선은 200계단이 넘는 곳이 여러군데다. 너무 가팔라서 순찰로를 따라 설치된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곳도 있다. 야간에 소대 경계지역 순찰로를 한 바퀴 돌고 초소에 돌아오면 서울의 북한산이나 관악산 중간 정도를 등산하는 셈이다. 완벽한 경계근무 못지 않게 초소장이 신경써야 할일이 안전사고가 없도록 하는 일이다. 항상 실탄이 장전된 소총과 야간에는 수류탄까지 휴대하기에 모두가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풀숲에 깔려있는 미확인 지뢰도 종종 발생하는 사고의 원인이다. 초소당..

초소 이야기 8 ( 소대 회식)

소대 회식 벙커 안에서의 소대 회식은 정말 멋있다. 나는 회식 군기를 잡기위해 언제나 대원들이 집합한 상태에서 시작과 마침 보고를 철저히 받았다. 모처럼 오랜만에 술이 들어가면 평상시의 기강이 무너지고 사고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험에 의하면 남자들의 세계에서 술이 취하면 열에 한 명 정도 꼭 이성을 잃고 행동하는 사람이 나온다. 대원들 모두 아래위 침상에 앉은 자세로 정열해 회식 보고를 하며 시작된다. 취사병은 부족한 부식이지만 특별 안주를 만들어 내온다. 경월 소주 댓병 4개가 들어오면 고참병 순으로 반합 뚜껑 술잔이 돌아간다. 분대장과 고참은 2~3개 정도 돌아가고 신참병은 가까스로 1개 정도 받아마시며 감지덕지한다. 4병이면 대원들 주량에 적당하다. 회식은 취기가 올라가는 상태에서 조금 아쉬..

초소 이야기7(마달리 작전)

마달리 작전 군대에서 제일 통제하기 어려운 일이 술(음주)과 여자다. 혈기 왕성한 젊은 청춘들이 모여 생활하다보니 술은 어떤 통제를 가해도 기술 좋게 빠져나가는 구멍을 찾아낸다. 철책선 부대 800~1,000m 고지에서 생활은 여자는 못 데려가지만 술은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해 보급을 받는다. 근무자의 음주 행위는 영창에 들어갈 수도 있고 참모총장의 '삼훈오계'라는 금주령도 시퍼렇게 살아 있었다. 소대에서 술을 구하려면 '마달리'라는 민통선 마을 까지 내려가야한다. 서울로치면 관악산 꼭대기서 사당동 정도 먼 길이다. 중간에 수색대가 주둔하고 있어 검 문소를 통과하는 위험도 따른다. 철책선에서도 한두달에 한명 정도의 전역자가 나온다. 대한민국 최동북단 오지에서 3년간 힘들고 험한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

초소 이야기 5(작업 반장)

작업 반장 철책선 소대의 주요 일과는 야간 경계 근무와 주간 작업이다. 후반야조는 오전에는 취침을한다. 전반야조를 이끌고 작업을 한다. 작업이라 말하면 잘 이해가 안 될지 모르지만, 무슨 크고 작은 일거리가 계속 임무로 주어진다. 순찰로 보수작업. 철책선 내 사계청소 작업, 개인호 보수 작업, 크레모아 박스 교체작업, 통신선 매설 작업, 철책선 가로목 보강 작업, 화목 작업등 셀 수 없다. 겨울엔 제설 작업이 큰 임무이나 6개월 부대 교체 주기에 우리 소대는 여름엔 항상 산에 있었다. . 이 모든 작업들은 톱 낫 삽 야전곡괭이만으로 해낸다. 초소에 부임해 처음 부여받은 작업 임무가 개인호의 크레모아 박스를 교체하는 일이었다. 나무 박스를 만들기 위해선 산 아래 계곡에 내려가 피나무를 베어 짊어지고 올라온..

초소 이야기4 (아름다운 화장실)

아름다운 화장실 화장실은 소대원이 생활하는 지하 벙커에서 20미터 정도 떨어진 능선 후사면에 위치한다. 말할 필요도없이 재래식 화장실이다. 모두 4칸으로 1칸은 소대장용이다. 땅 바닥에 직사각형의 구덩이를 파고 나무로 발판을 얹었다. 벽은 나무를 엮어 울타리를 치고 지붕은 피나무 껍질을 얹었다. 그나마 소대장 전용은 나무를 촘촘하게 엮어 밖에서 잘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성의를 보였다. 바람이 술술 들어오고 비가 오면 지붕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건 매한가지였다. 7,8월 여름에 화장실에 들어가 앉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파노라마 경관이 장관이다.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내달리는 푸른 능선, 푸른 동해 바다는 멀리 공제선 넘어 좌측 원산 앞바다에서 우측 포항 앞바다까지 둥근 반원을 그리며 펼쳐진다. 여름밤에 화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