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시골에서 할아버지가 올라오셨다. 오랜만에 상경하신 할아버지를 모시고 시내 구경을 나갔었다. 남대문에서 광화문 까지 돌아보았던 걸로 기억된다. 당시 나라 경제가 잠에서 깨어나 고도 성장기로 들어서고 있었다. 서울 시내 곳 곳에 지하도와 육교 같은 건설 사업이 벌어지고 20층이 넘는 고층 빌딩도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 할 때였다. 광화문 에 도착해 중앙청 우측에 신축된 정부종합청사를 둘러보았다. 당시 부근에서 가장 높은 20층을 훨씬 넘긴 현대식 빌딩으로 아직 입주는 안된 상태였다. 청사빌딩 뒷편에서 할아버지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다가가니 할아버지가 앞에 있는 기와집을 바라보며 조금은 감격한 분위기로 기와집을 가리키면서 "저 집이 내 학교다닐 때 하숙집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청사 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