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오늘의 생각 66

암병동

14번 진찰실 오늘 결과 보는 날 전철역 내려서 걸어가는 길 목구멍에 낚시바늘 걸린 기분이다 신호등 건너편 신축 병동 밀림 숲속 고릴라 앉아있는 모습이다 에스카레이터 타고 3층으로 친절한 노란 화살 표시 간암 대장암 최장암은 좌측이란다 접수 마치니 대기실은 벌써 만원 몰골들 유령 처럼 모두 벽면 스크린 보고 있다 함께 하기 싫어 복도 서성이며 벽면 광고판 읽어본다 5년 생존율 40% 육박 융단폭격 방식 적극 활용 통증 줄이는 신경절단술 개발 창밖엔 쏟아지는 햇살 비둘기 한 마리 아스팔트 앉아 먹이를 쪼고있다 스크린 화면에 내 이름이 떳다 14번 진찰실 이동 대기 진찰실 앞 복도 의자도 만원이다 고개숙이고 핸드폰 들여다보는 젊은이 한여름 두건 쓰고 눈감고 있는 아주머니 휠체어 밀고 들어간 부부 나오면 내 ..

말 재주꾼

말 재주꾼 사람마다 타고난 재주가 있다 그 재주를 팔아 생활의 도구로 삼는다 요즘 각광 받는 재주가 있다 말 재주다 말 재주꾼들이 세상을 요리하고 있다 세상을 가지고 논다 논객이란 멋진 이름도 붙였다 말로 희한한 신통력을 보여준다 검은색 돌을 집어 무슨색이냐 물으면 흰색이라 답한다 자신이 흰색이라 답했던 돌을 다시 집어 무슨색이냐 물으면 검은색이라 답한다 신통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쳐다보는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 혓바닥 놀림 머리 굴림이 번개같다 구경하는 촌놈들 그저 눈만 껌벅거린다 어눌한 사람 나서 사기쳤다 고발하면 본전도 못 건진다 이런 꾼들 붙잡아다 혼쭐을 내줘야는데 모셔다가 돈벌이 나선다 제법 장사가 되는 세상이다 화면만 켜면 우글거린다 늙은 할배들이야 구경하다 발 닦고 잠자면 되지만 젊은애들 꾼들..

누가 삼성에 돌을 던지는가.

삼성에 돌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얼마 전 한 유명 정치인이 “삼성이 60조원을 벌기 위해서는 1,2,3차 협력 업체를 쥐어짜고 쥐어짜야 한다. 그것이 오늘 의 세계1위 삼성을 만든 것이다”라고 삼성을 비하하는 말을 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삼성을 비판하고 사회에 고발하는 일들은 내가 삼성에 입사하기 전부터 있어왔고 몸담고 있을 때에도 수 없이 들어왔다. 당시 들었던 비판의 이야기들을 더듬어본다. 70년대에는 주로 “삼성은 소비재 산업에만 진출해 돈을 벌고 있다”가 큰 흐름이었다. 해방 후 제일제당 제일모직 같은 소비재 기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비하하는 말이었다. 왜 처음부터 자동차나 전자산업 같은 첨단 산업을 시작하지 못했느냐고 나무라는 말이다. 용인 자연 농원(에버랜드)을 개장하자 다시 한 번 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