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오늘의 생각 66

감동

옛날이나 지금이나 특이한 분야에서 특별난 재능이나 기술로 밥벌이를하고 권력에 가까이 접근하는 직업인들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궁중연회나 사대부가의 혼사에 분야별 전문가들이 활동했다. 이들의 권한과 이권이 점점 커지고 전횡이 사회의 적폐가 되기도 했다고 기록에 나와 있다. 화장(花匠)은 행사장을 꽃으로 장식하는 이를 말한다. 생화가 아닌 조화를 만들어 사용했으나 오늘날 플로리스트(florist)역할이다. 수모(首母)는 여성의 머리를 장식하는 머리어멈으로 불렸으며 요즘의 헤어디자이너(hair designer) 메이크업 아티스트(makeup artist) 스타일 리스트(stylist) 역활이다. 가체(加髰/가발)를 사용해 머리를 풍성하게 장식한다. 당시 가체장(加髰匠)이 만든 가체의 가격이 엄청난 고가로 사치 ..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교류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형성되어 구분된 영역에 저장된다. 여러 유형의 이미지 영역 중에서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으로 구분된 영역이 만들어진다. 한창 일하던 나이에 가장 부러운 사람은 난사람이다. 난사람이란 경쟁 사회에서 권력의 직책이나 재력에서 월등한 사회적 지위를 먼저 획득한 사람이다.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해 모두들 정신없이 달리다가 앞을 바라보니 어느새 따라잡을 수 없는 선두의 자리를 차지하고 앞서가며 뒤를 보며 미소짓는 얼굴을 마주할 때가 있다. 이런 난사람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한창 활동할 나이에는 이런 난사람을 친구로 교류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한다...

소확행

요즘 핫한 오징어게임에서 오일남 할배의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돈이 너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이 무언지 알아? 사람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다는 거야. 모든게 시시해져버려"라는 대사가 가슴에 와 닿았다. 직장생활을 마치고나서 집콕생활을 이어가며 가장큰 일상의 목표는 '사는 재미'를 어떻게 만드어 내느냐 하는 일이다. 사람마다 여건과 환경이 모두다 달라 정해진 모델을 찾아내기는어렵다. 내가 보기엔 요즘 유행하는 '小確幸'이란 말이 그래도 공통분모가 아닌가 생각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면 모임 횟도 줄어들고 SNS 이용 시간은 많이 늘어났다. 나도 최근에 단톡방을 통해서 부수익으로 얻은 소확행이 있었다. 옛 소대 전우를 45년 만에 극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아침에 전해오는 반가운 메세지를 받아볼 때면 하루..

내 친구 영년이

홍제동 전철역에 도착해 친구에게 전화했다. 1번 출구로 나와 똑바로 걸어 오라 한다. 역사를 나와 걸어 가는 길에 다른 동네에선 못 보던 풍경이 펼쳐졌다. 입구에서 부터 노점상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오랜만에 줄지어 늘어선 노점상 풍경을 바라보니 사람 사는 냄새 물씬나며 정겹다. 두리번거리며 감귤 연시 사과 제법 큰 과일상들이 모여 있는 노점 앞을 지날 때 마중나온 친구와 만났다. 영년이는 내 국민학교 동창이다. 20년 전 쯤 전에 고향 친구 상갓집 문상을 동행하며 만나고 오늘 처음 본다. 그때 친구가 이곳 홍제동에서 막걸리 장사를 한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나도 직장 생활을 할 때 일요일엔 친구들 함께 북한산 등산을 다니며 홍제동 부근을 지나갈 때도 여러번 있었다고 말하니 부근을 지나게 되면 꼭 전화 ..

만남

45년 만의 만남 도시 생활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 즐거움 중 하나는 만남의 즐거움이다. 도시의 팍팍한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모임과 만남의 약속은 생활의 활력과 즐거움의 발원지이다. 즐거운 사람과의 만남 보고 싶었던 사람과의 만남 오랜동안 소식이 끊겼던 사람과의 재회의 기쁨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이런 사람들과의 만나 삶을 동행하며 가는 길이 행복의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과 정보를 나누며 함께 식사하고 술잔을 건네는 일은 특히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존재감을 실현하고 살아 있음을 증거하는 일이다. 코로나19 역병이 가져온 많은 생활의 불편 중에서 으뜸은 만남의 기쁨을 빼았아가는 것이다. 지난주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발표되었다. 모든 행사금지, 4인 이상 모임 금..

보상금

시대 증언 "누구나 자기 영역에서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데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보상금을 받는 게 말이 되는냐" (장기표/민주화 운동가) 맞다! 장기표의 말이 백번 옳다. 좀 배우고 까칠했던 애들은 민주화 운동을 많이 했다. 못 배우고 빽없는 애들은 인제 원통 산골짜기에서 뺑이치고 삼년 썩으며 총들고 조국 수호 운동에 참여했다. 그저그런 시키는대로 말 잘듣는 애들은 선진화 운동 산업화 운동에 일요일도 없이 일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들 모두 보상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 (칠순 노인의 시대 증언)

의로운 죽음에 대하여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우이동 수유리 '순국선열묘역 순례길'과 4.19 국립묘지를 찾아보았다. 순례길은 아카데미하우스 앞에서 시작된다. 둘레길은 목재 펜스 가 설치되어 있고 펜스에 둘레길이란 로고가 붙어있어 펜스만 보고 따라가면 된다.입구에 들어서 조금을 걸어가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준열사 묘역 김병로선생묘역 이시영선생묘역의 표지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 순례길 주변에 독립유공자 13기의 묘소와 광복군 17인 합장묘소가 있다. 각 묘역들은 순례 길에서 100미터 200미터 쯤 떨어져있어 방문해 보든지 참배를 하려면 묘소 하나하나 언덕길을 걸어서 방문해야 한다.  순례길은 순국선열에 대한 추모의 공간이고 좀 더 나아가 스스로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보며 자기와의 대화를 나누는 길이다. 이준 열사 묘역..

행주산성(산성에 올라 승리의 함성을 듣다)

행주산성은 월드컵 공원에서 출발해서 한강변을 따라 걸어서 찾아가는 길이 좋다. 산성 가는 길에 야영장과 주차장 운동장들이 있었던 지역을 2009년에 새로 단장하여 '난지 한강공원'이란 이름으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 모든 도로는 말끔히 포장되었고 요트 계류장, 자전거공원, 물놀이장과 같은 새로운 시설들도 많이 들어섰다. 새로 단장하기 전에 난지도에서 행주산성 가는 길은 지금같이 잘 다듬어지지 않은 조금은 황량한 느낌이 드는 길이었다. 한강변을 따라 꽤 넓은 둔치엔 잡초가 욱어지고 강물이 느린 지역은 작은 모래톱도 구경할 수 있었던 한적한 곳이었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잘 가꾸어진 공원보다는 좀 거칠고 황량하더라도 인공 구조물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야생의 초원길을 걸어가는 것이 훨씬 더 기분 좋을 때가 있..

아카시아 꽃

오늘 아침 성내천 둑방 산책길에서  하얗게 꽃망울을 터트린 아카시아꽃을 만났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카시아 싱그런 향이 코에 스민다. 아카시아는 외국 이름표를 붙이고 있으나, 우리나라 전국 어디를 가도 산과 들에서 쉽게 마주하는 나무다. 60년대 산림녹화 사업으로 전국적으로 식재를 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번식력도 강해 전국의 야산과 공터를 뒤덮었다. 아카시아는 목재로 쓰기엔 재질이 안좋아 요즘들어 홀대받는 수종이 되었다. 그러나 봄철에 피는 꽃 만큼은 양봉업자의 귀한 밀원이 되고 그 향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5월이 되어 아카시아 꽃을 바라볼 때마다  돌아가신 엄마의 추억에 빠져들곤 한다. 어머니를 모시고  1970~80 년대 서울 사당동 집에서 10년 정도 살았다..

오르다온

봄 산에 올라 산들이 파도치며 달려온다 봄 기운이 파도에 실려온다 달려오는 봄바람을 향해 가슴을 펴고 생명의 기운을 흠뻑 들이마셨다. (2021.2.27) "인디언 제비꽃이 한창 피어나는 3월말경이 되면, 우리는 자주 산에 들어가 꽃도 따고 열매도 줍곤 했다. 그러다보면 차갑고 매섭께만 느껴지던 바람이 어쩌다 잠깐 달라지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깃털처럼 부드럽게 볼을 만지작거리다 지나가는 그 바람엔 흙냄새가 배어 있었다. 그 바람은 저 멀리서 봄이 오고 있는 중이라는 걸 알려주는 전령 이었다." (포리스트 카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終日看山不厭山 買山終待老山間 山花落盡山長在 山水空流山自閑 종일토록 산을 봐도 산이 싫지않아 산을 사서 산 속에서 늙어나볼까? 산 꽃 다 져도 산은 그냥 그대로 산골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