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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론 능력

추론 능력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추론 능력이 오늘의 인류 문명을 만들어낸 주요한 추동력이라 말한다. 수렵 채집 시대 동굴 속에서 생활하던 인간이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면, 그 소리가 나를 해치러온 다른 부족인지 지나가는 산토끼 소리인지 호랑이 발자국 소리인지를 경험에 근거해 유추해 보고 재빠르게 상황대처를 하게 된다. 포식자의 위험을 회피하고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는 ‘인과추론능력’이 인간 진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발전 되어 왔다. 행동심리학자들도 타인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알아내고, 의도와 생각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지각추론능력’이라 부르며 개인의 중요한 능력으로 파악 분류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도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이런 능력이 개인의 출세와 몰락에 큰 요..

낡은 앨범

빛바랜 사진들 문명의 이기 카메라 발명이래 사진의 역사가 120년이 되었다. 아직도 사진은 기록 저장 수단으로서의 중요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삶의 주요한 장면들을 사진으로 만들어 저장해둔다. 지나간 과거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이유는 기억하기 위함이다. 20여 년 전 혼자 계시는 아버님 댁에 문안 인사차 들리니 앨범 정리를 하고 계셨다. 옛날 앨범의 사진 아래 날자와 간단한 설명을 붙이고 계셨다. 오늘 낡은 사진첩에서 빛바랜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생각해본다. 부모님 모두 세상을 떠나시고 훌쩍 한 세대가 흘러갔으나 당시 앨범을 정리하시던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 헤아려볼 수 있다. 집에 유달리 앨범이 많다. 별도의 수납장에 보관하고 있다. 족히 20권은 넘어 보인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사진..

가마감

가마감 80년대 영업 부서에 근무하면서 매달 가마감을 했던 기억이 있다. ‘가마감’은 기업의 영업부서나 기간별 실적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마감’이 일의 끝마침이나 어떤 행위의 종료를 나타냄을 일컫는 용어라면 ‘가마감“은 마감의 수치를 사전에 어림잡아보는 일이다. 모든 영업 부서에는 목표가 수치화되어 주어진다. 부서 책임자는 자신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고 결과로서 평가를 받는다. 당시 한국경제의 고도 성장기였다. 전 산업 분야에서 과감하고 도전적인 목표 설정이 관례였다.주어진 목표의 달성은 물론 초과달성이란 목표 지상주의가 팽배하던 시기였다. 매달 주어지는 영업 목표. 25일 정도에 가마감을 해본다. 제품별 경로별 거래선별 현재의 실적을 파악하고 향후 남은 ..

암병동

14번 진찰실 오늘 결과 보는 날 전철역 내려서 걸어가는 길 목구멍에 낚시바늘 걸린 기분이다 신호등 건너편 신축 병동 밀림 숲속 고릴라 앉아있는 모습이다 에스카레이터 타고 3층으로 친절한 노란 화살 표시 간암 대장암 최장암은 좌측이란다 접수 마치니 대기실은 벌써 만원 몰골들 유령 처럼 모두 벽면 스크린 보고 있다 함께 하기 싫어 복도 서성이며 벽면 광고판 읽어본다 5년 생존율 40% 육박 융단폭격 방식 적극 활용 통증 줄이는 신경절단술 개발 창밖엔 쏟아지는 햇살 비둘기 한 마리 아스팔트 앉아 먹이를 쪼고있다 스크린 화면에 내 이름이 떳다 14번 진찰실 이동 대기 진찰실 앞 복도 의자도 만원이다 고개숙이고 핸드폰 들여다보는 젊은이 한여름 두건 쓰고 눈감고 있는 아주머니 휠체어 밀고 들어간 부부 나오면 내 ..

말 재주꾼

말 재주꾼 사람마다 타고난 재주가 있다 그 재주를 팔아 생활의 도구로 삼는다 요즘 각광 받는 재주가 있다 말 재주다 말 재주꾼들이 세상을 요리하고 있다 세상을 가지고 논다 논객이란 멋진 이름도 붙였다 말로 희한한 신통력을 보여준다 검은색 돌을 집어 무슨색이냐 물으면 흰색이라 답한다 자신이 흰색이라 답했던 돌을 다시 집어 무슨색이냐 물으면 검은색이라 답한다 신통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쳐다보는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 혓바닥 놀림 머리 굴림이 번개같다 구경하는 촌놈들 그저 눈만 껌벅거린다 어눌한 사람 나서 사기쳤다 고발하면 본전도 못 건진다 이런 꾼들 붙잡아다 혼쭐을 내줘야는데 모셔다가 돈벌이 나선다 제법 장사가 되는 세상이다 화면만 켜면 우글거린다 늙은 할배들이야 구경하다 발 닦고 잠자면 되지만 젊은애들 꾼들..

누가 삼성에 돌을 던지는가.

삼성에 돌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얼마 전 한 유명 정치인이 “삼성이 60조원을 벌기 위해서는 1,2,3차 협력 업체를 쥐어짜고 쥐어짜야 한다. 그것이 오늘 의 세계1위 삼성을 만든 것이다”라고 삼성을 비하하는 말을 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삼성을 비판하고 사회에 고발하는 일들은 내가 삼성에 입사하기 전부터 있어왔고 몸담고 있을 때에도 수 없이 들어왔다. 당시 들었던 비판의 이야기들을 더듬어본다. 70년대에는 주로 “삼성은 소비재 산업에만 진출해 돈을 벌고 있다”가 큰 흐름이었다. 해방 후 제일제당 제일모직 같은 소비재 기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비하하는 말이었다. 왜 처음부터 자동차나 전자산업 같은 첨단 산업을 시작하지 못했느냐고 나무라는 말이다. 용인 자연 농원(에버랜드)을 개장하자 다시 한 번 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