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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이야기

쌀 이야기 아파트 베란다 구석 허드레 물건들과 함께 쌀 포대가 놓여있다, 지난해 고향에서 택배로 보내온 3개중에 하나다. 우리 집도 애들이 군에 입대한 이후로 식구가 줄어 쌀독에서 쌀 줄어드는 속도가 몰라보게 늘여졌다. 얼마 전 까지도 귀한 대접을 받던 쌀이 베란다 분리수거 통 옆에서 이렇게 홀대를 받는 모습을 바라볼 때 마다 기분이 묘해진다. 5,6십년대 한국의 농촌을 경험해본 이들은 쌀이 얼마나 존귀한 존재였는지 기억에 남아있다. 당시 농촌 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쌀 을 한 알이라도 함부로 버리는 것을 죄악시 했다. 나는 지금도 쌀 포대를 쌀 독에 부을 때 마다 흘리지 않도록 조심을 한다. 서양 학자 제레미 다이아몬드는그의 책 '총균쇠'에서 인류 문명 발달 원동력이 된 소재를 총과 병균 그리고 쇠라고 ..

메멘토모리 (빛바랜 사진을 꺼내보며)

(1930년대 아버지 가족사진) 빛바랜 사진을 꺼내보며 지난 연말 한 모임의 만찬 자리에서 가장 연장이신 한 분이 "요즘은 무슨 일을 시작 하게 되면 죽음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된다."라고 한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 분의 말씀인즉 나이가 들고 보니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하거나 ,어떤 일의 의사결정을 내릴 때 마다 자신의 사후에 어떤 평가와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는 의미다. 자신의 죽음이라는 명제를 앞에 놓고 내리는 결정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진솔하고 신중하고 이성적인 판단일 것이다. 젊은 시절 혈기왕성하고 의기충천 할 때는 이런 신중함을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권좌에 앉아 명성과 부귀와 권력에 취하면 죽음이란 그림자가 발밑에 함께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