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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의 의무

우리는 전후 세대다. 전쟁 중에 태어난 사람도 있으나 참혹한 전쟁을 직접 몸으로 경험한 세대에 비하면 축복받은 세대다. 그러나 우리는 휴전이란 이름으로 남겨진 분단 조국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더 힘들게하는 일은 언제 다시 전쟁이 시작될지 모르는 평화와 전쟁의 외줄타기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는 현실이다.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면 전쟁의 공포가 한반도 위를 한번도 떠난 적이 없다. 드디어 평화가 시작되었다고 큰 소리로 외친 적이 몇번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언제나 위장된 평화였고 더 크고 위험한 전쟁의 준비기간이었다.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국방과 안보라는 용어는 우리에게 언제나 지켜야할 최고의 가치로 다가선다. 국가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분야 중에서 상위에 위치하며 중요시된다..

떠나보내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도시의 은퇴자들이 일상의 중요한 일 중에 하나는 경조사 챙기는 일이다. 몇년 전부터 婚事는 눈에 띠게 줄어들었으나 哀事가 부쩍 늘어났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부모되시는 분들의 연세가 세상 떠날 나이다. 요즘은 동년배 지인들의 訃音도 종종 들려온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직접 방문하는 일은 많이 줄었다. 요즘은 애경사 소식을 접할 때마다 젊었을 때와는 다르게 삶의 무거운 중압감을 느끼고 석양 바라보노라면 노을빛이 유달리 붉게 보인다. 몇일 전 전우회 카톡방에 함께 군 생활을 한 전우의 모친상 알림이 떴다. 청주에 거주하는 정현모 회원이다. 오미크론이 극성을 부리고 있어 문상 가는 일은 어려워 보였다. 청주에 사는 한 대원이 문상을 다녀와 놀라운 소식을 전해왔다...

나막신

네델란드 나막신 아파트 현관 신발장 안에 커다란 나막신 한 켤레를 보관하고 있다. 구두와 흙먼지 묻은 등산화들 사이에 끼어 더 비좁게 만들고 있다. 나막신은 한 네델란드 노인에게 받은 선물이다. 일본에서 열린 한 걷기대회서 그를 만났다. 2007년에 일본 東松山(히가시마츠야마)이란 작은 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쓰리데이마치(3 days march)라는 국제걷기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10km의 제일 가벼운 코스에 참가하여 중간 쯤 통과하고 있을 때 한 서양 노인이 커다란 나무신발을 신고 걸어가고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좀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보였다. 머리가 하얗고 얼굴의 주름살로 보아 80이 넘어 보이는 노인이다. 나무신발을 신고 뒤뚱거리며 걷는 노인이 기이해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으나, 걸..

감동

옛날이나 지금이나 특이한 분야에서 특별난 재능이나 기술로 밥벌이를하고 권력에 가까이 접근하는 직업인들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궁중연회나 사대부가의 혼사에 분야별 전문가들이 활동했다. 이들의 권한과 이권이 점점 커지고 전횡이 사회의 적폐가 되기도 했다고 기록에 나와 있다. 화장(花匠)은 행사장을 꽃으로 장식하는 이를 말한다. 생화가 아닌 조화를 만들어 사용했으나 오늘날 플로리스트(florist)역할이다. 수모(首母)는 여성의 머리를 장식하는 머리어멈으로 불렸으며 요즘의 헤어디자이너(hair designer) 메이크업 아티스트(makeup artist) 스타일 리스트(stylist) 역활이다. 가체(加髰/가발)를 사용해 머리를 풍성하게 장식한다. 당시 가체장(加髰匠)이 만든 가체의 가격이 엄청난 고가로 사치 ..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교류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형성되어 구분된 영역에 저장된다. 여러 유형의 이미지 영역 중에서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으로 구분된 영역이 만들어진다. 한창 일하던 나이에 가장 부러운 사람은 난사람이다. 난사람이란 경쟁 사회에서 권력의 직책이나 재력에서 월등한 사회적 지위를 먼저 획득한 사람이다.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해 모두들 정신없이 달리다가 앞을 바라보니 어느새 따라잡을 수 없는 선두의 자리를 차지하고 앞서가며 뒤를 보며 미소짓는 얼굴을 마주할 때가 있다. 이런 난사람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한창 활동할 나이에는 이런 난사람을 친구로 교류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한다...

소확행

요즘 핫한 오징어게임에서 오일남 할배의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돈이 너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이 무언지 알아? 사람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다는 거야. 모든게 시시해져버려"라는 대사가 가슴에 와 닿았다. 직장생활을 마치고나서 집콕생활을 이어가며 가장큰 일상의 목표는 '사는 재미'를 어떻게 만드어 내느냐 하는 일이다. 사람마다 여건과 환경이 모두다 달라 정해진 모델을 찾아내기는어렵다. 내가 보기엔 요즘 유행하는 '小確幸'이란 말이 그래도 공통분모가 아닌가 생각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면 모임 횟도 줄어들고 SNS 이용 시간은 많이 늘어났다. 나도 최근에 단톡방을 통해서 부수익으로 얻은 소확행이 있었다. 옛 소대 전우를 45년 만에 극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아침에 전해오는 반가운 메세지를 받아볼 때면 하루..

내 친구 영년이

홍제동 전철역에 도착해 친구에게 전화했다. 1번 출구로 나와 똑바로 걸어 오라 한다. 역사를 나와 걸어 가는 길에 다른 동네에선 못 보던 풍경이 펼쳐졌다. 입구에서 부터 노점상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오랜만에 줄지어 늘어선 노점상 풍경을 바라보니 사람 사는 냄새 물씬나며 정겹다. 두리번거리며 감귤 연시 사과 제법 큰 과일상들이 모여 있는 노점 앞을 지날 때 마중나온 친구와 만났다. 영년이는 내 국민학교 동창이다. 20년 전 쯤 전에 고향 친구 상갓집 문상을 동행하며 만나고 오늘 처음 본다. 그때 친구가 이곳 홍제동에서 막걸리 장사를 한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나도 직장 생활을 할 때 일요일엔 친구들 함께 북한산 등산을 다니며 홍제동 부근을 지나갈 때도 여러번 있었다고 말하니 부근을 지나게 되면 꼭 전화 ..

만남

45년 만의 만남 도시 생활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 즐거움 중 하나는 만남의 즐거움이다. 도시의 팍팍한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모임과 만남의 약속은 생활의 활력과 즐거움의 발원지이다. 즐거운 사람과의 만남 보고 싶었던 사람과의 만남 오랜동안 소식이 끊겼던 사람과의 재회의 기쁨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이런 사람들과의 만나 삶을 동행하며 가는 길이 행복의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과 정보를 나누며 함께 식사하고 술잔을 건네는 일은 특히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존재감을 실현하고 살아 있음을 증거하는 일이다. 코로나19 역병이 가져온 많은 생활의 불편 중에서 으뜸은 만남의 기쁨을 빼았아가는 것이다. 지난주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발표되었다. 모든 행사금지, 4인 이상 모임 금..

보상금

시대 증언 "누구나 자기 영역에서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데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보상금을 받는 게 말이 되는냐" (장기표/민주화 운동가) 맞다! 장기표의 말이 백번 옳다. 좀 배우고 까칠했던 애들은 민주화 운동을 많이 했다. 못 배우고 빽없는 애들은 인제 원통 산골짜기에서 뺑이치고 삼년 썩으며 총들고 조국 수호 운동에 참여했다. 그저그런 시키는대로 말 잘듣는 애들은 선진화 운동 산업화 운동에 일요일도 없이 일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들 모두 보상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 (칠순 노인의 시대 증언)

의로운 죽음에 대하여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우이동 수유리 '순국선열묘역 순례길'과 4.19 국립묘지를 찾아보았다. 순례길은 아카데미하우스 앞에서 시작된다. 둘레길은 목재 펜스 가 설치되어 있고 펜스에 둘레길이란 로고가 붙어있어 펜스만 보고 따라가면 된다.입구에 들어서 조금을 걸어가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준열사 묘역 김병로선생묘역 이시영선생묘역의 표지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 순례길 주변에 독립유공자 13기의 묘소와 광복군 17인 합장묘소가 있다. 각 묘역들은 순례 길에서 100미터 200미터 쯤 떨어져있어 방문해 보든지 참배를 하려면 묘소 하나하나 언덕길을 걸어서 방문해야 한다.  순례길은 순국선열에 대한 추모의 공간이고 좀 더 나아가 스스로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보며 자기와의 대화를 나누는 길이다. 이준 열사 묘역..